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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청와대 터타령 풍수 핑계 사실일까?
1일, 전국시민기자회 소속 안전감시기자단 인원 청와대 방문 취재

  • 최초노출 2019.02.03 16.30 | 최종수정 2019-02-03 오후 5:48:53


1일, 방문취재시 촬영한 청와대 본관 한옥구조 건물. 뒷산 북악(백악)과 어우러진 모습이 발군이다. 어느나라에도 이렇게 수려한 산세와 연한 아름다운 왕궁이나 대통령 관저가 드물다는 말이 있다. 이옥연 기자.
 

 "풍수상 옮겨야 한다", “음기가 강해 못쓴다”. “비극의 땅이다”. 등등으로 평가 받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다. 신년 초부터 청와대 풍수논쟁이 한창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때에는 당시 조선총독이 관저로 썼다. 이승만 시절엔 경무대로 불렸다. 윤보선 시절에 청와대로 개칭했다. 김영삼 때 일제 총독관저인 구관이 철거됐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는 별궁 터였고, 조선시대는 궁궐후원으로서 후궁들의 거처였다. 궁녀의 임시 무덤 터라는 등등 무수한 말이 전해진다.

 

이곳을 중심으로한 풍수논쟁은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6백년 전인 세종대왕 때부터 경복궁 논쟁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늘상 학술적 구체적 이유보다 일부 학자들이나 논객의 주장에 의한 상황논리에 매몰돼 시끄럽다. 


최근 이명박 정부때도 이 곳의 터논쟁이 요란했다. 최창조 김승기 승효상 등 풍수학자들도 가세해서 하나같이 터가 나쁘다고 했다. 인접한 뒷산 북악(백악)의 일명 눈깔바위가 흘겨보고, 암석의 살기가 쏘아오고, 터가 음기가 많고,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등.


하지만, 21세기에도 풍수타령이나 하고 있는가 하는데서 자괴심이 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 1일 오후, 전국시민기자회 소속 안전감시기자단이 문제의 이 땅 청와대를 현장방문 취재했다. 각종 보안시설과 장비로 빽빽한 곳이라 안내에 따른 제한된 취재만 가능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영빈관, 관저, 상춘재, 녹지원, 여민관, 춘추관 및 사랑채를 방문 취재한 결과, 주로 한옥형으로 지어진 고상한 건축물, 잘 관리된 시설, 친절한 인상의 직원들 모두 일국의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곳으로선 외양상 손색은 없어보였다. 일반 단체 방문객들도 상상수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현장에서 올려다 본 북악산과 청와대는 풍수상식으로 말하면, 북한산을 조산(祖山)으로 북악산(백악산)을 주산(主山)으로 한다. 인왕산이 우백호, 낙산이 좌청룡이다. 서쪽은 무계동이라고 해서 중국의 무릉계곡과 비견되는 곳이다. 동쪽은 아늑한 산세가 쭉쭉 뻗어내려가 풍치가 빼어난 곳이다. 앞에는 한강수가 흘러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설이 힘을 얻는다. 안산(案山)인 남산이 있고, 조산(朝山)인 관악산도 있어 구색을 갖춘다.


물론 북악산 암석이 거슬리고, 남산이 다소 높고, 관악산이 화성산이라 불기운이 강하다는 풍수이론상의 결점도 있을 수 있으나, 산천의 정기를 정밀하게 측정한다는 소위 천산용맥(穿山龍脈)의 풍수이론은 시대바다 사람마다 나라마다 구구절절하고, 상이하며, 특별히 정통하거나 대성한 자도 알려진바 없다. 


지나치게 세세한 이론에 꿰맞추식의 이기풍수 논리에 매몰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위의 개략적 조건은 풍수이론을 떠나, 자연지리에 의지해 사는 인간의 생존상 기본적 요건일 수 있다. 그정도면 됐다는 생각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전원 불행한 인생으로 평가받는 것이 과연 풍수탓일까. 5년 단임제의 비극이라고 지적하는 정치인도 있고, 안타깝게도 대통령 개인은 불행해도 그만큼 나라는 민주국가를 지향해 점진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역설마져도 있다.

 

1일, 방문취재시 촬영한 청와대 경내의 녹지원과 거대한 반송나무. 박성옥 기자.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와 국빈들을 위한 공식행사 건물이다. 18개의 돌기둥이 건물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웅장한 모습이다. 내부에는 무궁화, 월계수, 태극무뉘가 형상화 돼 있다. 1층은 접견장, 2층은 만찬장으로 이용된다지난 19782월에 준공됐다.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생활공간인 본채, 접견공간인 별채, 전통양식의 뜰과 사랑채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의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지난 1990년 팔작지붕의 전통 한옥으로 건축됐다. 대문 이름은 어질고 장수한다는 뜻의 인수문(仁壽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수문을 활짝 열어 놓으라고 했다는 말이 최근에 알려지기도 했다.

 

상춘재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이용되는 곳이다. 전통 한식 가옥이다.200년 이상 된 금강송으로 축조됐다. 내부에는 온돌방과 대청마루, 주방 등 부대시설이 있다. 봄에는 철쭉이 피고, 가을에는 감과 모과가 열리는 앞뜰 풍경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지난 1984년에 준공됐다.

 

녹지원은 120여 종의 나무와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있는 곳이다. 3,300의 평지에 잔디를 심어 야외 행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수령 160년에 높이가 17미터인 한국산 반송이 녹지원의 상징이다. 지난 1968년에 조성됐다.

 

여민관은 총3동의 건물로 구성된 비서실 업무공간이다. 여민(黎民)은 맹자의 여민동락에서 따온 말이다. 국민과 고통을 함께하면서 소통하는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는 위민관(爲民館)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여민관(黎民館)으로 바꿨다. 여민 3개 관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물 외벽에 설치해 전력일부를 자체 공급하고 있다.

 

춘추관은 국내·외 언론기자 300여 명이 상주하는 청와대 프레스센터다. 1층에는 기자실과 작은 브리핑룸이 있고, 2층에는 대형 브리핑룸이 있다. 이 춘추관의 이름은 중국의 사서오경의 하나인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따왔다.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좋은 말인 여민춘추가 있는데 왜 한국의 모든 대통령들이 불행하고 비극적 삶을 살거나 또는 죽었을까. 풍수탓은 과민아닐까.

 

문 대통령은 당선하면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에 집무실을 마련해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실행을 위해 추진위를 설치하고 1년 넘게 실무검토를 했으나, 지난달 4일 경호 등 제반여건상 보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비록 공약불이행이지만 국민여론은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옥의 티는 발표자인 유홍준 자문위원이 무슨 풍수얘기까지 곁들여 말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쳐진다. 이전을 한다면 국민과 소통차원이어야지 풍수가 나빠 이전할려고 했다면 뒷맛이 상쾌하지 못하다. 현대를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록 풍수지리학이 제도권 학문으로 인정돼 국립대학에 관련학과까지 개설 됐다고 하나, 고리타분한 터 타령에 적극 공감하지는 않는다.

 

건물 이름처럼 '여민과 춘추'만 잘 이행하면 대통령이 더 불행해 질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장일까.

 

지난해 연말, 청와대 영빈관 쪽에서 바라본 북악(백악)산. 산세가 그림처럼 수려하고, 암석이 많아 보인다. 세종 때부터 풍수학자들이 말하는 일명 눈깔바위가 산의 오른쪽에 선명하다. 김영배 기자.

 

서울=김영배, 박성옥, 이옥연 기자.

논설실 김영배 논설위원장 겸 상임고문 kimyb12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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