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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칼럼] 일상과 업무통해 '속도를 줄여 효율과 병행'하자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한 제언'

  • 최초노출 2018.11.28 12.19 | 최종수정 2018-11-29 오전 8:46:45


공기업 예산결산 실무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 전 종일 결산준비를 했다. 본 예산 및 추경예산을 편성한 다음 편성된 예산을 배정하고, 배정된 예산으로 지출품의를 해 승인을 받은 후 지출 직전에 자금을 배정하는 예산편성 및 집행과정은 빈틈없는 관리가 필요한 절차다. 모든 임직원이 이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중한 예산집행을 위해서는 역할이 분리되고 관련된 임직원이 이 절차에 직간접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평소에 임직원은 업무매뉴얼대로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출력해 확인하고, 단계별로 데이터간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데이터가 집계돼 작성된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입력일자를 잘못 기재하거나 혹은 처리절차가 뒤바뀌거나 생략돼 틀린 데이터를 발견하게 되면 취소처리하고 재입력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빠른 처리를 위해서 업무매뉴얼 일부 내용을 건너뛰는 경우 결산담당자가 나중에 이를 수정보완해야 한다.


필자는 결산 모의준비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데이터를 발견했고 이를 수정해야 했다. 수정을 하는 동안 속도와 효율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사회는 업무를 빨리 처리해야  업무를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한 오류발생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업무처리해야 업무를 잘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업무를 잘하려면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양쪽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할까? 우리는 이제까지 '빨리빨리' 문화속에서 '효율보다는 속도를 우선시'해 왔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론 속도는 등한시 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효율은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생각해도 되는 후순위 요소일까.


만약 처음에 속도를 조금 늦춰서라도 효율을 생각해 제대로 업무 절차를 익힌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오류 데이터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적시에 수정하지 않는다면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오류 데이터를 믿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오류 데이터를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려면,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검토해야 하고, 이미 입력한 데이터를 취소하고 정상적인 데이터를 재입력해야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적어도 동의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효율이 유지된 후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속도란 것은 현대생활과 현대인의 사고속에 이미 고착된 현상으로 보인다. 고대와 현대를 통해 최고의 병법서로 평가받는 손자병법에서도 졸속(拙速)을 주장하니, 군에선 수천년 전부터 이미 통용된 말이긴 하다. 더욱이 현대는 모든 걸 속도로 경쟁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점차 가속화 돼왔고, 그로 인해 오류수정에 시간을 빼앗기니 다시 역류하는 비효율이 발생되는 건 당연지사다. 군대의 전장상황이나 안전조치처럼 위급하고 시급할 경우는 오류가 발생할 위험을 무릅쓰고 속도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얼마나 많을까. 어제 필자가 하루종일 발생한 오류를 수정 보완하면서 처음에 데이터를 입력할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효율은 바로 높아질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만약 내가 처리한 업무가 오류가 많아 다른 동료를 어렵게 하고 기업을 위태롭게 한다면 누구도 속도를 우선시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된다. 속도가 업무성과의 모든 것은 아님을 모두가 깨닫는다면 좀더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속도에만 치중해 살아왔다면 이제는 잠시 여유를 갖고 효율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이젠  뭐든 빨리한다고 일 잘한단 말을 안 하면 어떨까.



<퍼실리테이션센터 대표 / 공인회계사/세이프데이뉴스 논설위원>


논설실 이상훈 논설위원 shleef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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