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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시청 후 인생 깨달음 얻다...서울 사당동 김진설 씨 부부 삶 추적기 화제 돼
2일 저녁 방영, 김씨 부부 진한 삶 담은 영상에서 느끼는 동질감 크고, 감명받아 여생 알차게 구상 돌입

  • 최초노출 2021.12.03 20.52 | 최종수정 2021-12-03 오후 9:20:37

지난 2일 오후 방영된 EBS 인생극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편에, 남편은 22세, 처는 19세의 어린 나이에 연애로 같이 살게 된 서울 사당동 거주 김진설·정수자 부부가 나와 길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회상하고 있다. 남편 김씨는 올해 69세로 시니어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EBS방송 갈무리. 최수남 기자.  


서울 사당동에 사는 김진설 씨는(·69) 노년이 무색하게 시니어 배우로 활동하는 중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주어진 여건과 배역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2,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김씨 부부를 집중 조명해 방송했다.

 

방송사는 이들 사연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로 엮어 오후 950분부터 40분간에 걸쳐 방영해 화제가 됐다.

 

그는 시골 충남도 당진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유년시절까지 살았다. 이후 성공 일념으로 상경해 H신문사 인쇄소에 취직 했다. 행운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1973년 이른 봄쯤 혈기 방장한 22세의 나이에 경북도 예천 출신으로 미용사 공부를 하는 방년 19세의 순진한 정수자 씨를 왕십리의 한 구멍가게에서 처음 보고 눈에 들어 했다. “당신은 내 여자야하는 신념으로 만남을 수차례 시도한 끝에 어렵게 성공해 서로 손잡고 다니다 정 들어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이뤘다.

 

둘이 천생연분으로 여기고 살다보니 슬하에 두 딸을 낳았다. 이제는 모두 출가해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이젠 청춘고개도 한참 넘어 이미 노부부가 됐으나, 지난 50년을 회고 하면서 타이머신처럼 달려 현재로 부터 벗어나 과거의 시간으로 넘어선 이야기가 잘 표현됐다.

 

부모님 반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24살의 어린 나이에 딸을 덥석 출산했기에 부인 정수자 씨는 친정과 시댁에서 온갖 구박을 받았다. 다행히 형님 댁 단칸방에서 더부살이처럼 살았음에 그 어려움과 고통은 충분히 상상이 됏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김씨는 25세 되던 봄에 청천벽력 같은 입영 영장을 받고 아내에게 “3년만 꿋꿋하게 살아다오만 외쳤다. 매년 1회의 휴가와 외박도 나오겠다는 약속을 굳게 하고서야 군대로 떠났지만, 그 처절함을 뉘라서 알겠는가.

 

그녀는 그런 남편의 모습을 날마다 그리며 딸과 함께 집안 일을 맡아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온종일 몸이 으스러지고 녹초가 되도록 열심히 일했다.

 

남편 김씨는 3년 간의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으나, 어려운 집안 형편을 이기지 못해 벌이가 좋은 일자리를 찾아 또 다시 이별의 세월을 맞게 된다. 16개월을 약속하고, 달걀도 밖에 두면 반숙이 될 정도로 무더운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 것이다.

 

부인 정씨는 남편의 생명과 같은 귀한 돈을 한 푼도 헛되이 쓰질 않고, 차곡차곡 모아서 집을 장만했다. 그리고 남편 김씨는 31, 정씨는 28세 되는 봄날 부모님과 형제 8남매의 축복 속에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리고 면사포를 써 당당한 부부로 인정을 받았다.

 

당시 신혼여행은 못 가고 결혼식 후에 북악스카이 코스를 드라이브하고 워커힐 호텔에서 그동안 누리지 못한 진한 호강을 누렸다.

 

가정을 이룬 후 서로가 의지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던 그때를 생각을 하면서 손만 잡아도 좋았던 그 시절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남편의 이야기나,

 


지난 2일 오후 방영된 EBS 인생극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편에 나온 서울 사당동 거주 김진설 씨 부인 정수자 씨의 신부 사진. 당시 여건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힘든 시간을 견디고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고 표기 돼 있다. 사진= EBS방송 갈무리. 글 최수남 기자.
 

먼 훗날 남들처럼 부럽지 않게 한 번 잘살아 보고 싶다. 그리고 친정 아버지도 모시고 살고 싶다”. “꿋꿋하게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둥 하는 아내의 독백이 충분히 공감이 갔다.

 

세상은 참으로 좋아졌고 세월은 이렇게 여기까지 흘러 왔으나, 이제 점점 더 늙어져 가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서 자녀의 본이 될까? 어떻게 해야만 할까 하는 노부부의 고백에서 같은 동네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로서의 공감이 컸다.

 

김씨는 철없던 20, 먹고살기 바빴던 30, 가정을 이끄느라 불철주야 힘들었던 40, 천안에서 600평의 물류창고를 운영해 많은 부를 축적했었으나, IMF 때 순간 도산해 사당동과 방배동에서 호프집을 경영하며 재기를 노렸다.

 

그는 50이 넘어서야 인생을 한번 되돌아봤다. 아내가 곱고 희던 섬섬옥수로 직장 길 남편 목에 넥타이를 메어 주던 그때가 어렴풋이 생각이 나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가 아내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정말 고마웠소”. 그리고 자식 잘 키워 주어서 정말로 고맙소. 두 딸이 대학 입학시험 볼 때마다 밤을 지새던 그날도 어렴풋이 생각이 나오. 애들이 무난히 대학에 들어가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취업도, 결혼도 무난히 한 것은 오직 당신의 지극정성 덕분이라 하겠소“, “여보! 그때를 기억하며 앞으로 더욱 알차게 행복하게 삽시다고 말하는 다짐도 좋았다.

 

앞으로 이 부부가 살아가야 할 이야기는 비가 오는 날 같이 우산을 바쳐들고 푸른 숲 길을 걸으며 인생 제2막을 시작하자는 다짐과 여유로움 속에서 부부의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제 남은 세월은 별로 없는데 남편은 곧 70세요. 아내는 67세라 생각할수록 지난날이 후회가 많이 된다면서, 속절 없이 흘러 황혼으로 가는 인생이니 앞으론 여행도 많이 하고, 좋은 음식도 찾아다니면서 먹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자고 기약하는 모습이 희망에 졎었다.

 

인생의 무정세월은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이제는 모두 말라 버렸지만, 큰 딸 결혼식 하던 날 방울방울 흘린 눈물이 생각난 이 부부는 그때를 회상하며 여보, 그 때 그 눈물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고 있었다.

 

우리네 인생 정말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걸어온 길을 모르 듯 앞으로의 갈 길도 진정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어제 이 방송 본 후 생각이 많아진다. 인간은 왕후장상 빈부귀천 막론하고 모두 언젠가는 이승을 하직해 알 수 없는 머나먼 길을 자동으로 떠난다. 필경 찾아올 마지막 날을 얼마 안 남긴 나이가 되면 스스로 떠날 계획도 세우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차근차근 실행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들 후회 없는 가운데, 천국 가는 날까지 부부가 함께 백수 천수 누리다가 영원한 천국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곤 하나, 누구나 여보 날 왜 홀로 두고 한마디 말이 없이 떠나 가오하는 절규를 외칠 때는 필경 올 것이 때문이다.

 

김씨 부부 방송을 본 사람은 남은 인생 조금도 후회 없도록 더 알차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인생을 반추하고 미래를 계획하게 하는 알찬 방송이었다.

 

김씨부부의 건승과 행복을 빈다. 


지난 2일 오후 방영된 EBS 인생극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편에 나온 서울 사당동 거주 김진설·정수자 씨 부부가 미래 세월의 행복을 구상하고, 다짐하면서 함께 다정히 걷고 있다. 사진= EBS방송 갈무리. 글 최수남 기자.
 

논설실 최수남 논설위원 csn12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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