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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칼럼

[시론] 이 혼탁한 나라에 구현령(求賢令)은 왜 없는가?...새 시대 구현령(求賢令) 필요하다.
청와대는 '능력 있고, 행실 좋고, 어진 자'를 적극 찾아야 한다

  • 최초노출 2018.12.14 15.04 | 최종수정 2018-12-16 오후 9:11:20


建安十五年 春, 下令曰 自古受命及中興之君 曷嘗不得賢人君子與之共治天下者乎!

及其得賢也, 曾不出閭巷, 豈幸相遇哉? 上之人不求之耳

 

今天下尙未定, 此特求賢之急時也.

 

今天下得無有被褐懷玉而釣於渭濱者乎!


二三子其 佐我明揚側陋 唯才是擧 吾得而用之

 

위는 저 유명한 삼국지에 나오는 위나라 왕 조조의 구현령(求賢令) 첫대목과 내용 일부를 다소 견강부회해 요약하고 편집한 것이다. 이 구현령이 바로 오직 능력있는 자를 쓴다는 유재시거(唯才是擧)의 출전이기도 하다.

 

해석하면 건안15(서기210) . (위나라 왕 조조는) 천하에 명(求賢令)을 내리면서 말하길예로부터 하늘의 명을 받고 나라를 중흥시킨 왕치고 일찍이 현인과 군자를 얻어 그들과 함께 천하를 다스리지 아니한 자가 있었는가. 현인을 구하려고 해도 그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면 어찌 요행이라도 서로 만날 수가 있으랴! 임금은 그들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뿐이다

 

지금 천하가 불안정하니 특별히 현인을 시급히 구할때이다

 

지금 세상에 베옷입고 가슴에 보석(큰뜻)을 품고 위수강가에서 낚싯대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같은)사람이 없겠는가?”

 

그대들이 (진정)나를 돕는다면 겉이 비록 비루하더라도, 오직 재주만을 가지고 천거하여 내가 그를 쓸 수 있도록 하라

 

세계사를 통해 능력중시파의 원조는 조조. 그는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재 발탁 정책을 폈다. 그가 이때 선포한 것이 위 구현령이다.

 

최근 청와대 근무자들의 일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도 진행형이다. 14일 문 대통령은 16개부서 차관급을 교체했다. 청와대 비서관도 일부를 정부 일선으로 내보냈다. 이후 새 인물로 충원할 것으로 보인다. 추락하는 지지율과 국정후반기 성과에 대비한 듯하다. 이번에도 특정 고등학교 출신이 3명이라는 보도가 있다. 아뭍은 인사는 중하다.

 

조국 민정수석은 물의를 야기한 청와대 감찰반을 권위적 인상을 지우기 위해 공직감찰반으로 개칭한다고 한다. 활동의 준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직제개정 및 내규도 제정한다고 한다. 또한 내부 상호 견제 강화를 위해 파견기관 구성원을 다양화 하고 인원 비율도 맞춘다고 한다.

 

일단 좋은 취지다. 무조건 잘돼야 한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또 실패한다면? 하는 걱정이 된다. 아무리 제도를 만들고 조직을 재정비해도 이 땅에선 인간이 안 바뀌면 다 헛일이 된다는 건 작금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잘 안 바뀔뿐더러 그 나물이 그 나물이란 말이 그냥 나온 건 아닐진대. 또한 조조의 구현령을 빌어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내용 전문(全文)처럼 사람의 과거나 행실은 일체 따지지 않고, 무조건 능력만 본다는 것도 현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초야의 능력 있는 자를 놋치지는 말라는 말을 에둘러 하고 싶어 조조의 말을 모두에 빌어 이 글을 쓴다.


소위 '어공(어쩌다 공무원, 주로 선거 때 공로로 공무원이 된 사람들)''늘공(처음부터 공무원으로 출발한 사람)'이란 말이 있지만, 공무원도 갑자기 하게 되거나 경력이 짧으면 정신자세가 부족하다. 오랫동안 반복해야 하는 정신교육과 훈련이 부족해서 이런저런 실수를 자주 하게 된다. 또한 늘공이라도 늘상 권력계통에 있었거나, 단박에 국회의원이 되거나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판검사, 경찰대나 사관학교 출신 장교처럼 처음부터 간부직위에 보직돼 탄탄대로에서 스타트하는 사람들은 권위에 매몰된 경우가 많고, 밑바닥 정서나 상황을 잘모른다. 그러다 보니 역지사지하는 여유가 없는 사람이 태반인 현실이다.

 

유관 각 부처 인원을 주워 모아서 청와대 비서진 조직을 다시 꾸려도 별반 다름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사란 게 이처럼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인사를 딱히나 잘하는 사람도 없었다. 위 조조같은 자가 얼마나 있었는가. 있다면 장영실을 발굴하고 집현전 학사를 양성한 세종대왕과 최악 조건에서도 왜적과 싸워 23전 23승 한 이순신 장군 정도일 것이다. 오죽하면 인사만사론이 일세를 풍미했겠는가.

 

어딜가나 무엇을 하나 문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고언을 하자면 현재 우리나라는 법조인도 교육자도 종교인도 정치인도 공무원도 다 같이 집단 타락해 진창에 허덕대는 곳이란 국민적 평가가 있다. 어디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다는 탄식이 산하에 메아리 친다. 물론 이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만.

 

이에 하나의 기술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청와대에선 행정잔재주나 기법, 요령 등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공직 적성에 부합되도록 훈련된 자육참골단대의멸친도 가능한 강직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현직자중에선 찾기가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공직사회 기반풍토와 개인 승진이 걸려있는 등 제반사정상 그렇다.

 

하나의 방법은 업무경력도 있고, 적성훈련도 돼 있는 퇴직공무원 출신 중에서 청렴결백한 사람을 자천 또는 타천 받아서 쓰는 것이다. (불과 몇 명이라도)부패하지 않은 사람은 분명 있다. 조조의 구현령을 왜 문 정부는 못내리는가. 청와대 채용코너에 구현령을 한번 내려보면 어떨까. 경력이나 조건을 완화해서... 요즘은 보면 최근 3년간의 경력만을 인정하는 추세로 강화됐던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5, 10, 20년 전 경력이면 어떤가. 그럼 우리사회의 오랫동안 떠도는 말 '묽은 생강이 맵다'는 얘기는 잘못된 말인가 묻고 싶다. 80출사의 강태공 여상은 무능했는가. 오래되면 경력이 사라지는가.

 

현행 제도나 방식은 매번 고위직 출신, 고학력 출신만 찾고, 조건을 거기에 맞춰 채용하거나 아니면 이론만 박사인채 인간이 덜돼도 무슨 교수타령만 하니, 초야의 강직 청렴한 인재가 나오지 못한다. 포청천의 개작두를 가족에게도 들이 댈수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생동안 술 담배 골프도 안 하고, 차량도 운행 안 하고, 오직 나라 걱정에 국민봉사만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청와대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지난날의 촛불정신을 진정하게 계승하고, 국리민복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선 진짜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논설실 김영배 논설위원장 겸 상임고문 kimyb12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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