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뉴스

시론/칼럼

[대통령의 사람 만남.. 사람 만나기보다 책문이나 표문을 받아보길 권한다]
우리나라 지도자는 매번 위기가 오면 사람 만나는 게 관행처럼 보인다.

  • 최초노출 2018.12.29 10.10 | 최종수정 2019-01-06 오후 3:25:19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에 책문(策問)이 있었다. 임금이 던지는 질문에 아침부터 나가서 무려 12미터가 넘는 두루마리에 응시자의 철학과 신념을 담은 답문을 빼곡이 적어야 했다. 간혹 임금의 역린을 건드리는 내용을 적기나 하면 광해군 때 임숙영처럼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지만, 본인도 정당도 학자도 모든 지식인이 다 그게 옳다고 믿었고 답변자를 두둔했다. 실로 대단했다. 그게 조선 500년을 지탱한 힘이라면 힘일 것이다. 어떤가. 요새같으면 되려 대통령을 욕했다고 난리들칠게다.

 

대통령이 또 사람을 만난다. 이전에 박도 지금의 문도 한때 대선후보였던 안도 그져 위기가 오면 사람을 만난다. 무슨 약방 찾듯이 한다. 지난 26.27양일 간 연이어 문 대통령이 각계 인사와 원로들을 만났다고 한다. 식상한 요식으로 비춰진다.

 

지금까지 대통령들이 만난 사람은 정치인 종교인 기업가 농업인 무슨무슨 전문가 아니면 원로다. 사실 이 땅에 제대로 살아오고 식견있고 애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진정 훌륭한 원로들이 있거나 한건지 모르겠다만. 그랬다면 왜 이제까지? 하는 의문이 있기에 그렇다.

 

과거 박에겐 레이져 눈길에 아무도 충고를 못했다. 소위 후원그룹으로 알려진 7인 회원중에서도 유독 김용환만 한 마디 했다가 레이져를 맞고 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언제 어디서나 대통령과 원로의 만남은 거의 요식이다. 만남 자체의 행위로 끝난다. 밥 먹고 덕담하고 웃고 사진찍고 만다. 그리고 김모 목사처럼 대통령 만나고 왔다고 신자 앞에서 자랑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뭐 사실 그렇다고 처음 만난 사람 그것도 대통령에게 얼굴 붉히며 충고하기도 어렵긴 하다. 그저 자리가, 그런 자리 자체가 중요한 듯한 건 작금의 일도 아니기에.

 

그래서 건의한다. 대통령이 누구누굴 언제든 어떻게든 만나는 것도 꼭 나쁘진 않겠지만 제갈량 출사표 같은 표문(表文)이나 조선시대 과거 답안지인 책문(策問)으로 올리라고 하면 안 될까. 그걸 대통령이 틈틈히 다 읽는 것이다. 청의 옹정황제처럼. 이것만이 알짜를 건질수가 있다. 면전 덕담은 남는 게 없다. 기분만 잠시 좋을뿐이고 선전홍보용일뿐인 헛소리에 불과하다. 필자는 아직도 전후출사표를 다 왼다. 자주 읽고 눈물을 흘린다. “신 양언, 선제창업미반이 중도붕조하시고, 금천하삼분에 익주피폐하니 차성위급존망지추야로 소이다...”이런 문서 형태라야 나라 위한 충언을 길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청와대청원시스템은 수십 만 건이 쏱아져서 구분도 어렵고 익명이다보니 대체적으로 무책임하게 마구잽이로 쓴다. 그리고 주로 개인사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내용도 있지만.

 

그러니 국민에게 시국책을 요구해 받아보길 청와대에 권한다. 폭군 광해군도 책문으로 유명하잖는가. 신문고니 하는 것도 다 엉터리다. 최말단 공무원이 책상 앞에 앉아서 방안풍수격으로 동문서답 횡설수설로 답변하고 만다. 천편일률. 그져 칸만 채우는 것이다. 이 시대 언로는 외화내빈이다. 다들 SNS시대라고 하지만, 지금이 조선시대보다 언로가 더 없다고 느끼는 것은 오버일까.

 

상소문형 언로를 개척하면 국정의 답이 보인다. 변양균이 청에 보냈다고 보도된 경제분석서도 대통령이 탐독했단 말이 들리면 국민이 더욱 든든하게 생각할 것이다. 옛 상소문격인 건의서(책문) 등을 제출하는 창구를 만들고 실제로 활용하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논설실 김영배 논설위원장 겸 상임고문 kimyb1236@gmail.com

Loading
작성자
비밀번호

국민안전

더보기

SECURITY

더보기

라이프

더보기

신문사알림

더보기